
불법 도박 대응 및 시장 개방 필요성 제기
2025년 4월 24일 열린 유럽경제회의(European Economic Congress)의 한 전문가 패널에서는, 폴란드의 온라인 도박 독점 체제가 유럽의 흐름과 맞지 않다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패널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강력한 대응과 함께, 온라인 카지노에 대한 민간 개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폴란드는 스포츠 베팅은 민간에 개방돼 있으나, 온라인 카지노는 국가가 운영하는 ‘토탈리자토르 스포츠비(Totalizator Sportowy)’ 단 한 곳만이 합법적으로 운영 중이다.
“독점은 시대착오적 제도”…합법·불법 인식 부족도 문제
폴란드 도박협회(Graj Legalnie)의 회장 즈지슬라프 코스트루발라(Zdzislaw Kostrubala)는 이번 세션에서 “독점 모델은 더 이상 오늘날의 세계와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많은 폴란드 국민이 어떤 도박이 합법이고 불법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란드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생성되었거나 운영 중인 불법 도박 사이트 도메인 수는 무려 5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모든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단속은 정부와 불법 운영자 간의 ‘쫓고 쫓기는 게임’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규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 없는 규제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과 현실 불일치”…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미 시장 개방
바르샤바 기업연구소(Warsaw Enterprise Institute)의 피오트르 팔루트키에비츠(Piotr Palutkiewicz) 부회장은, 폴란드의 현행 법률과 독점 체계는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법적으로 도박을 하려는 소비자조차도 유일한 합법 업체가 어디인지 모르면, 본의 아니게 불법 카지노를 이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법적 인식 부족 문제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스웨덴 도박 규제기관 스펠린스펙시오넨(Spelinspektione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도박 이용자의 72%가 어떤 제품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루트키에비츠는 “EU 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미 허가제(라이선스제)를 도입했다”며, 폴란드는 여전히 소수에 속한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최근 자국의 도박 독점 체제를 폐지하고 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초안을 2025년 7월에 발표했으며, 이는 2027년 1월 민간 사업자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웨덴은 2019년에 이미 도박 시장을 개방했으며, 노르웨이만이 여전히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오는 2025년 9월 총선을 앞두고 개방을 지지하는 정당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의 위협과 막대한 세수 손실
이번 패널 토론에서는 불법·회색 시장(그레이 마켓)이 소비자와 국가에 미치는 위협도 언급됐다.
데이터에 따르면, 도박을 통해 약 2,300억 즈워티(약 610억 달러)가 조세 회피처로 유출됐으며, 이로 인해 약 58억 즈워티(약 15억 달러)의 세수가 손실됐다.
국영 도박 업체 토탈리자토르 스포츠비의 전 회장 올기에르드 치에슬리크(Olgierd Cieślik)는 “회색 시장에 대한 대응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합법 시장의 전년도 수익은 약 670억 즈워티지만, 불법 시장은 이미 650억 즈워티까지 올라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불법 시장의 성장이 더 빠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장 이탈 현상(채널화 하락)은 유럽 전역의 도박 규제 당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로, 입금 한도, 재정 취약성 심사 등 강화된 규제 조치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법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정부 대응 촉구
또 다른 전 토탈리자토르 스포츠비 회장 보이체흐 슈필(Wojciech Szpil)은, 폴란드의 법이 현대 시장 환경에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는 법 제도를 통해 시장보다 한발 앞서 나가야 하지만, 폴란드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몰타, 지브롤터, 퀴라소 등 해외 면허 체계로 인한 ‘그림자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무부나 국세청(National Tax Administration)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